화우는 정결한 손질과 절묘한 불맛이 살아난다
가느다란 비가 오전부터 이어지던 일요일, 부천에서 오래 미뤄둔 전시를 보고 나온 뒤 대학 시절 선배와 화우(貨宇)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700을 목적지로 정했고,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며 돌아다닌 탓에 더 움직이기보다 한곳에 앉아 식사하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선배와는 몇 달 만에 만났지만 전시를 함께 보는 동안에는 작품 이야기에 집중해 정작 서로의 근황을 많이 묻지 못했습니다. 갈비를 앞에 두고 나서야 최근에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질문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선배가 반대로 제 근황을 묻기 시작해 먹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식사는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듣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혼자 속으로 오늘은 저녁 약속을 따로 잡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외출을 갈비 한 끼로 정리하고 각자 천천히 귀가하기에 알맞은 흐름이었습니다.
1. 길주로 700 앞에서 우산을 접었습니다
화우(貨宇)를 찾아갈 때는 길주로 700을 목적지로 확인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휴대전화 화면과 우산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해 평소보다 목적지 확인이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가까워진 뒤에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소 숫자를 제대로 본 다음 움직였습니다. 선배는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을 신경 쓰느라 제가 멈춘 것도 모르고 몇 걸음 먼저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둘이 마주 보고 웃으면서 비 오는 날에는 길 찾기도 평소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괜히 걸으면서 모든 것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따로 방문한다면 길주로 700을 그대로 공유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에는 출발 전에 주변 진입 방향과 주차 가능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는 편을 권합니다. 비가 오는 날 도보로 이동한다면 도착 시각을 촘촘하게 맞추기보다 우산을 정리하고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좋습니다. 마지막 구간에서 서두르지 않으니 식사 전부터 옷이나 소지품이 젖는 불편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2. 젖은 우산을 챙기고 마주 앉았습니다
자리를 잡은 뒤에는 음식보다 먼저 젖은 우산과 소지품을 신경 썼습니다. 밖에서 계속 우산을 들고 다닌 터라 손이 축축했고 선배도 안경에 묻은 빗방울부터 닦았습니다. 잠깐 정리하고 나니 그제야 둘 다 식사할 준비가 됐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전시를 보는 동안에는 나란히 걷는 시간이 길었는데 식탁에서 마주 보니 대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선배가 최근에 시작한 취미를 이야기했고 저는 듣다가 궁금한 것을 하나씩 물었습니다. 예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갈비를 챙기는 손도 자주 멈췄습니다. 괜히 오랜만에 만나면 제가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난 뒤 제 근황을 이야기하니 대화가 한쪽으로 몰리지 않았습니다. 갈비를 먹는 사이에는 계속 말을 이어갈 필요도 없어 잠깐 조용해지는 순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비를 피해 들어온 뒤 몸과 소지품을 정리하고 시작한 덕분에 바깥의 분주함도 식탁까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3. 질문 하나에 먹는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식사 초반에는 제가 선배에게 질문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제 손이 더 자주 움직였습니다. 선배가 이야기하는 동안 저는 갈비를 챙겼고, 질문의 방향이 제 쪽으로 바뀐 뒤에는 반대로 선배가 먼저 식사를 이어갔습니다. 둘이 같은 속도로 먹으려고 한 적은 없는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순서도 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 접시를 보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천천히 먹고 있다는 사실이 보였습니다. 전시를 오래 봐 허기가 꽤 클 줄 알았는데 대화를 나누며 먹으니 급하게 채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혼자 속으로 배고픔에도 분위기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에는 곁들이는 음식으로 입맛을 바꾸고 다시 갈비를 챙기면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식사는 누가 먼저 먹는지 신경 쓰기보다 말하는 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방식이 잘 맞았습니다. 음식과 대화 가운데 어느 한쪽도 서두르지 않으니 저녁 시간이 단조롭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4. 안경을 닦으며 잠시 말도 쉬었습니다
식사 중간에 선배가 다시 안경을 벗어 닦았습니다. 밖에서 묻은 습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며 웃었고 저도 그 틈에 잠깐 손을 멈췄습니다. 대화가 한동안 이어진 뒤라 둘 다 말없이 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잠시 조용히 있으니 배가 어느 정도 찼는지도 그제야 느껴졌습니다. 저는 처음보다 먹는 양을 조금 줄여 이어갔고 선배 역시 급하게 다음 음식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몇 분의 정적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습니다. 괜히 오랜만의 만남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에는 전시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고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나 책 같은 가벼운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옷과 우산, 안경처럼 평소 신경 쓰지 않는 물건 때문에 작은 정리 시간이 자주 생깁니다. 그런 순간을 번거롭게 여기지 않고 잠깐 쉬는 시간으로 쓰니 식사의 후반도 무리 없이 이어졌습니다.
5. 밖에 나오니 상동호수가 떠올랐습니다
화우(貨宇)에서 식사 전후로 부천 일정을 구성한다면 그날 날씨에 따라 동선을 다르게 잡는 것이 좋겠습니다. 걷기 좋은 날에는 상동호수공원을 별도의 목적지로 정해 야외 시간을 보낸 뒤 식사로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화 일정이 중심이라면 부천아트센터를 찾아 시간을 보내고 갈비로 저녁을 마무리하는 구성도 가능합니다. 도심에서 가볍게 움직이고 싶다면 부천중앙공원 일대를 일정에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희는 비가 계속 내려 추가로 야외 장소를 찾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잠시 날씨를 보다가 선배가 오늘은 여기까지가 좋겠다고 했고 저도 바로 동의했습니다. 괜히 계획했던 장소를 전부 돌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맑은 날이라면 공원과 식사를 연결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 문화 일정과 저녁 한 끼 정도로 단순하게 구성하는 편이 몸도 덜 지칩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같은 부천 나들이도 전혀 다른 흐름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다.
6. 비 오는 날은 손을 하나 비워뒀습니다
이날 가장 실용적으로 느낀 부분은 우산을 쓰는 날에는 짐을 줄이는 것이 낫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쇼핑백까지 들고 있어 목적지를 확인할 때마다 손이 부족했고 선배는 작은 가방 하나만 있어 훨씬 수월해 보였습니다. 식사하러 이동하는 날이라면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고 한 손 정도는 비워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여러 사람이 따로 방문한다면 길주로 700을 정확히 공유해두면 서로 찾는 과정도 줄어듭니다. 차량 방문 전에는 목적지 주변 진입과 주차 가능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보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므로 약속 시각에도 여유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저는 처음에 전시가 끝나는 시간만 보고 저녁 시각을 정했는데 우산을 챙기고 이동하는 시간이 의외로 더 필요했습니다. 혼자 속으로 날씨도 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뒤 약속까지 연달아 잡기보다 식사 후 상황에 따라 바로 귀가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면 한결 부담이 적습니다.
마무리
화우(貨宇)에서의 저녁은 부천에서 전시를 보고 나온 뒤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서로의 근황을 천천히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길주로 700을 찾아가는 동안에는 비와 우산 때문에 평소보다 이동이 번거로웠지만 자리에 앉아 소지품을 정리하고 나니 하루의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제가 질문할 때와 선배가 질문할 때마다 갈비를 먹는 순서가 바뀌었고, 안경을 닦느라 둘 다 잠시 조용해진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예상보다 이런 작은 틈이 저녁을 여유롭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는다면 맑은 날 상동호수공원이나 부천중앙공원 같은 일정을 하나 연결해보고 싶습니다. 반대로 비가 오는 날에는 이번처럼 계획을 단순하게 잡을 생각입니다. 부천에서 갈비를 먹으며 오래 못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싶은 날 다시 떠올릴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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